데이터가 사라진 시대, ROAS에만 목매는 마케터는 도태됩니다.
2021년 4월, 애플은 iOS 14.5 업데이트를 통해 '앱 추적 투명성(ATT, 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사용자가 앱을 실행할 때 "추적을 허용할까요?"라는 팝업을 띄우고, 거절하면 IDFA(광고 식별자)를 주지 않게 된 것이죠.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의 96%가 '허용 안 함'을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메타는 누가 광고를 보고 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되었고, 광고주들의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광고 효과'가 떨어진 게 아니라, '측정 능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광고를 보고 28일 뒤에 구매해도 "내 광고 덕분이네!"라고 알 수 있었습니다(28-day Click). 하지만 이제는 기본값이 '7일 클릭 또는 1일 조회(7-day click or 1-day view)'로 축소되었습니다.
즉, 고민 기간이 긴 고관여 상품(가구, 명품, B2B)일수록 광고 성과가 더 안 좋게 찍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제로는 광고 보고 2주 뒤에 샀는데, 메타 보고서에는 '전환 0'으로 뜨는 것이죠.
애플은 개인 식별 데이터를 막는 대신, 제한된 데이터만 전송하는 SKAdNetwork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메타는 '집계된 이벤트 측정(AEM)'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예: 구매) 하나만 우선순위로 데이터를 받고, 나머지 자잘한 행동들은 무시하거나 추정치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이제 광고 관리자 화면의 ROAS 숫자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누락된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똑똑한 그로스 마케터들은 MER(Media Efficiency Ratio)이라는 지표를 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ROAS가 150%로 처참하게 나와도, 전체 쇼핑몰 매출이 광고비의 400%(MER 4.0)가 나오고 있다면 광고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숲을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메타의 데이터가 불완전하다면, 제3의 눈으로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UTM 파라미터와 Google Analytics 4 (GA4)를 쓰는 것입니다.
광고를 만들 때 [URL 매개변수] 란에 다음과 같이 입력하세요:
utm_source=cpc&utm_medium=instagram&utm_campaign={{campaign.name}}&utm_content={{ad.name}}
이렇게 하면 메타가 놓친 데이터라도 구글 애널리틱스에서는 "인스타그램 cpc에서 온 사람이 샀네"라고 잡힐 확률이 높습니다.
상황: D사는 페이스북 ROAS가 400%에서 200%로 급락하자, 겁을 먹고 광고비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결과: 놀랍게도 전체 쇼핑몰 매출이 200% 줄어든 게 아니라 400%가 급감했습니다.
원인: 페이스북 광고가 '신규 고객 유입(Top of Funnel)'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는데, iOS 이슈로 그 기여도가 시스템에 안 찍혔던 것입니다. 광고를 끄자 신규 유입이 말라버렸고, 자연 검색이나 직접 유입 매출까지 덩달아 무너진 것입니다.
교훈: 플랫폼 내의 숫자(ROAS)만 믿고 섣불리 예산을 줄이지 마세요. 전체 매출(MER)과 신규 방문자 수 추이를 함께 봐야 합니다.